지혜롭게 사는 법/내면 성찰

웃는 인상에 대하여, 웃음에 대한 고찰(feat.치어페이스)

Eunylife 2020. 1. 20. 00:49

본문 내용은 위 영화와 관련 없으며 내용과 관련된 이미지라 활용됨.

평소 편하게 말할 때 내 모습을 의식하지 않고 말할 때

내가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최근에 없었다.

모임에서 어떤 남자분이 말을 많이 하는데 시종일관 미소를 띠며 말하는 것이 인상에 남아서

집에 와서 거울을 보며 한 번 편하게 말해보았다.

웃는 모양이 역삼각형이라면 그것과 반대되는 삼각형으로 윗입술이 들리듯이 말하는 인상이었다.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겠지만 그렇게 호감갈 수 있는 인상도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주제로 글을 쓰게 된 가장 시발점은, 한 유튜브 댓글에서, 유튜버님처럼 말하면서도 웃는 인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물어본 걸 보고서였다.

거울을 보고 나도 말하면서 웃는 것을 연습해보니, 처음엔 안하던 짓이라 어색했지만, 면접 연습 때처럼, 결국 하다보니 연습하면 되는 일이었다. 연기처럼 말이다.

거울 보고 연습하면 되는 것이긴 한데, 웃는 인상을 내가 선택하는 것이 좋은지, 어떤지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어릴 때 내가 사람들을 보면 잘 웃었는데, 그렇게 웃게되었던 비하인드 일화가 생각났다.

초등학교 2학년, 3학년 쯤이었던 것 같다.

거울을 보며 내가 어떨 때 가장 예뻐보이는지 보다보니, 활짝 웃는 표정이 내 눈에 가장 예뻐보였다.

그래서 굳이 다른 모습보다도, 내가 가장 예뻐보이는 표정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지어보이면 예뻐보이고 기분좋겠구나.

하고 생각했던, 단순하고도 귀여운 그 생각으로 인해 내 인상은 항상 활짝 웃는 인상이었다.

커가다보니 중학교 사춘기쯤인가 자연스럽게 시험에 찌들면서인지부터 시크해지고 무표정을 하게 되었다.

웃긴 일이 있으면 그래도 자주 활짝 웃었던 것은 대학생 때까지였던 것 같기도 하다.

 

성인이 될수록 나의 활짝 웃는 미소가, 쓸데 없이 관심 없는 남자들이 나에게 추근덕대는 신호로도 사용됨을 몇번 느꼈다.

내가 그렇게 착하게 웃어준 것에 대한 자책을 할 필요가 없는지 모르겠지만, 스스로에게 자책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아무한테 그렇게 웃지 말아야겠다고. 

그렇게 활짝 웃는 일이 더욱 적어지게 된 것 같다.

 

취업 면접 준비 때는 억지로 아주 활짝 웃으며 말하는 연습을 했었고, 평소 인상인 척 자연스러워질 수 있을 만큼 연습했던 그 가식적인 미소 덕분에 다행히 합격했다.

그런 미소나 웃음이 호감을 준다는 점에서 면접에서는 통했지만,

굳이 남자들한테는, 그게 유부남 아주 나이 많은 아저씨한테라도, 괜히 만만하게 취급되는 건지 기분 나쁘게 대시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렇게 밝게 웃을 일이 일부러라도 점점 없어지게 된 것 같다.

 

오늘 본 집사부일체 예능에서 치어리딩을 하는 게 나왔는데, 치어 페이스라고 해서 시종일관 웃는 얼굴을 유지하며 응원댄스를 하는 게 있었다. 이승기를 비롯하여 남자 연예인들이 그렇게 활짝 밝게 웃으며 춤추는 것이 왜 이렇게 생소하고 어색할까 생각이 들었다. 어색하면서도 예능처럼 웃기고 재밌었는데, 아마 여성이 했다면 어색하거나 웃기지 않았을 텐데 싶었다.

결국 활짝 웃는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노동이며 예쁨받으려고 하는 행동인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가 점점 성역할이 무너져가면서, 이런 식으로 성역이 바뀌는 체험들도 많이 나오는 것 같아 편견을 깰 수 있어서 좋다. 

이제 남자 아이돌들도 화장을 하고, 어리광 애교를 부리는 시대이다.

 

웃는 모습은 친근감,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게 맞다. 동시에 남에게 예쁨받으려는 인위적인 행동이란 생각도 든다.

괜한 생각일까? 생각지 못했던 웃음의 이중성 말이다.

권력에 아부 떠는 데도 비굴한 웃음은 사용된다.

웃음이 어떠한 목적으로 쓰이느냐에 따라 유혹이나 사기 등 목적 달성의 무기로 사용될 수도 있다.

물론 순수하게 신남과 즐거움의 표현일 수도 있다.

자긍심, 자부심, 여유, 긍정, 성공감 등의 표현일 수도 있다.

다만 웃음의 이중성에 대해 크게 생각지 못했기에 평소 웃음 표현의 기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