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롭게 사는 법/내면 성찰

미친 폭풍을 돌아보며 - 시골 발령

Eunylife 2020. 2. 18. 19:58

요 며칠, 2월 초부터 근 2주간, 정말 미친 폭풍이 내게 닥쳤다.

납득이 되지 않고, 내 운명을 탓하게 되고, 전체적인 상황파악이 제대로 안되었다.

내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의 발령, 거기까지의 일련의 인과의 과정들을 파악해보았다.

그 스토리를 적자면 정말 내게는 무슨 악몽, 혹은 소설 같다.

흠이 될 수도 있기에 별로 아무데서 말하기도 내키지 않고,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 과정까지 오기에 나도 잘 몰라서 잘못한 점, 미숙하게 대처한 점은 있지만,

그 일을 안 좋게 키우는 데 아주 가까운 지인의 충고들이 모두 큰 사건으로 번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자꾸 내 탓이 아니라 남 탓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충고를 듣기로 선택한 것도 내 책임이고 내 잘못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냥 내 딴엔 억울할 수도 있지만 남들 눈엔 그렇게 속사정까지는 보지 않는 것이다.

 

아무도 믿고 싶지 않고,

아무도 믿으면 안되는 것이고,

잘 몰라서 무식한 것도 죄고,

그 와중에 사회생활로 관리자에게 좀 안 좋은 소리 들은 것도 겹쳐서 생각이 나니까 더 힘든 것 같다.

관리자한테 찍혀서 부적응으로 발령난 것으로도 볼 수 있지 않나 하고서,

부조리하게 좌천된 게 아닌지 찾아보고 참 정신도 없었지만.

결국 그렇게도 할 수 있는 조항이다보니 내가 따져봤자 확률이 높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아마 공평하게 그 말처럼 일괄적으로 했을 거라고 하는 변호사 말로 그냥 위안을 했다.

그냥 여러가지로 심란했다.

직장생활 상하관계 체질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남들과 친하게 안 지내고 개인주의적이라고 욕먹는 것도 웃기고 말이다.

 

이 얘기를 정말 제대로 쓰면 단편 하나, 혹은 한 챕터는 나오겠다.

그걸 써서 내가 얻을 건 뭔가.

내가 이 시골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어떤 걸 느끼고 깨닫고 어떻게 발전해서 전화위복했는지,

그런 것이 최선 아닐까.

여기에 있다고 좌절하고 있어봤자, 정말 의미 없는 한 해가 될 거고, 시골 사람이 되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런 곳에서도 새로운 곳들 여행도 다니며 견문 쌓고 힐링도 하고 집에서 글도 쓰고 책도 쓰면서 많은 시간들을 유의미하게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나마 내가 집순이라 그 취향이 조금은 다행인 면도 있다.

정말 연애해서 결혼까지 하고 싶었는데 이 시골에 오니 그런 계획도 미뤄진다...

오히려 결혼하기 전에 더 내 싱글라이프에서 나를 혼자 조용히 돌아보며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난 임용붙은 후로는 그 이상의 인생목표가 따로 없었고, 더이상은 높은 목표의 위를 보며 쫓는 의미 있는 삶보다는 조금 편안하게 즐기는 삶을 택하려고 했던 것 같다. 

시험공부가 넌더리가 났기도 하고, 내 삶을 공부에 송두리째 날려서 주위를 돌아보고 청춘을 즐기지 못한 게 아깝단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평안하고 즐기는 삶에서는 의미가 부족하기에 삶이 허무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는 단점이 있고,

반대로 의미를 추구하는 삶에서는 고난과 힘듦과 피로함이 있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내가 작년 참 즐겁게 보내려고 많은 경험들을 했음에도 집에 와서는 혼자 허무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두 가지를 적절하게 섞어서 사는 게 좋을 것 같다.

인생이 내 맘대로 흘러가지 않을 땐, 그 흐름에 맞춰서 거기서 최선의 답대로 행동하는 수가 가장 나은 수일 것이다.

지금 여기에선 더 이상 불평하기보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지, 다른 길을 뭘 할 수 있는지, 이 직장에 충실하게 하면 내가 올라갈 수 있는 길은 어떤 방법이 있고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며, 나에 대해 하나씩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