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롭게 사는 법/대인 관계

믿었던 친구의 사소한 거짓말과 배신감

Eunylife 2020. 1. 25. 20:20

믿고 가끔 연락하며 지냈던 이성 친구가 내게 사소한 거짓말을 했다.

전화로 만날 약속을 잡을 때 친구가 비싼 공연을 혼자 보러 간다고 하길래 나도 보고 싶다고 했더니 좌석이 매진되었다고 내게 말했다.

여차저차 시간적 여유 있을 때 만나기로 흐지부지 약속을 못 잡고 전화를 끊고나서 혹시나 싶어 공연을 알아보니 매진이 아니었다.

신뢰하던 친구였기에, 배신감을 느꼈다.

왜 거짓말을 했을까.

설마 내가 돈 안 내고 자기가 내야할까봐 부담스러워서? 가게 되면 내 돈 내고 갈 생각이었는데, 뭔가 자기가 내야 할 것 같은 부담을 혼자서 느낀 거였을까?

아니면 그 공연을 혼자 느긋하게 보고 싶어서?

아니면 다른 누군가와 보는 것을 내게 숨긴 거라서?

 

글쎄, 모르지만, 물어보기가 좀 그렇다.

거짓말임을 알게된 순간 큰 배신감으로 그냥 자연스럽게 연을 끊을까도 생각했다.

오랜만에 연락이 된 상태였는데, 다음날 물어보기도 괜히 치졸하거나 이상하다고 느끼고, 친구 사이에서는 더더욱 이걸로 싸울 이유 자체가 없겠구나 싶었다. 

긴밀한 애인 사이도 아니니 이런 걸 왈가왈부하며 고쳐주거나 서운해하거나 싸우거나 바랄 만한 사이도 아닌 것이다.

 

친구 사이에서 뭘 바라나 싶다.
우정이 깨지면 친구 사이가 끝인 것일 뿐,
신뢰가 금가면 더이상 못 사귀는 것일 뿐,

그래도 필요하거나 도움이 되는 사이라면 조심하면서 이어가는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번에도 그가 뭔가 잘못 말한 게 내게 걸려서 숨겼던 사실을 들킨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사소한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걸 보니, 내가 사람을 잘못 보고 믿었구나 싶었다.

진정성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내가 잘못 보고 홀려서 사기당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사람을 더더욱 믿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아주 급박하게 자기보호차원에서 필요에 의해서는 거짓말을 하는 게 인간의 습성이기도 하니까, 아주 약간 이해가 가려는 생각도 들었다.

 

모르겠다.

그래도 인간관계에서 사람을 다 믿으면 상처받는다.

어른이 되어 사회에서 만나게 된 관계는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 사람의 진면목을 나는 정확하게 알 길이 없으니 말이다.

그의 말만을 믿었지만, 더욱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진정성 있는 관계라는 것을 함부로 확증하면 만만하고 순진한 사람밖에 되지 않는다.

상대는 별 거 아닌 거짓말일지 몰라도 이런 게 나에 의해 밝혀지는 순간 상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사이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다른 모든 믿었던 부분에 대해서까지도 의심하게 되고 상처가 되니까.

 

나의 편협한 지 모를 부족한 이해심으로는, 멀어지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까짓 돈이 뭐라고, 그까짓 거짓말이 뭐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숨기는 것들이 사이를 갈라지게 만드는 것임을 느낀다.

 

결국 멀찍이 떨어져서, 사회생활 속 만난 어른의 관계만큼만 대하는 수밖에.